구몬을 그만둔 날, 아빠는 수학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째가 구몬수학을 그만둔 뒤 연산 연습을 이어가기 위해 직접 앱을 만든 이야기 — 아들 사진이 아이콘이던 개인용 앱이 수학 몬스터로 출시되기까지
첫째가 구몬수학을 그만뒀습니다. 학습지 자체가 나빴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일 정해진 분량을 반복하는 구조는 연산 연습에 잘 맞고, 실제로 하는 동안 계산은 늘었습니다. 문제는 아이의 마음이 먼저 닳았다는 것입니다. 밀린 학습지가 책상에 쌓이기 시작하면 그건 공부가 아니라 빚이 됩니다. 빚을 갚는 표정으로 연필을 잡는 아이를 보다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만두고 나니 다른 문제가 남았습니다. 연산은 이해가 아니라 자동화의 영역이라서, 쉬는 만큼 무뎌집니다. 학습지를 끊었다고 연산 연습까지 끊을 수는 없었습니다. 방법을 바꿔야 했습니다.
반복은 남기고, 보상을 바꾸기
학습지가 잘하는 것은 “매일 반복”이고, 아이가 힘들어한 것은 “해치워야 할 분량”이었습니다. 그래서 반복 구조는 그대로 두고 보상 구조만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아빠가 앱 만드는 사람이니, 도구는 직접 만들면 됩니다.
처음 만든 것은 스토어에 올릴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앱 아이콘도, 문제를 맞힐 때 나오는 그림도 전부 아들 사진이었습니다. 이름도 대충 지었습니다. 세상에 사용자가 한 명뿐인 앱. 그런데 그 한 명이 꽤 진지하게 썼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며 배운 게 몇 가지 있습니다.
- 분량은 한 판에 10문제가 적당했습니다. 끝이 보이니까 시작이 가볍습니다. 학습지 한 장보다 적어 보이지만, “한 판만 더”가 붙으면 결국 더 풉니다.
- 기록이 스티커보다 힘이 셉니다. 잘 풀면 기록이 남고, 어제의 자기 기록이 오늘의 상대가 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록을 깨러 다시 들어갑니다.
- 틀리는 것에도 규칙이 필요합니다. 하트 세 개를 주고, 다 잃으면 판이 끝나게 했습니다. 무한정 틀릴 수 있으면 긴장이 없고, 한 번에 끝나면 억울해합니다.
정답을 맞힐 때마다 몬스터를 한 마리씩 잡는 연출을 넣은 것도 이때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연산 연습이 아니라 몬스터 사냥입니다. 문제 풀이는 사냥의 수단일 뿐이고요.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연필을 빚 갚듯 잡던 때보다 푸는 문제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개인용 앱에서 출시작으로
한동안 그렇게 쓰다가, 이 구조가 우리 집에서만 통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 사진을 몬스터 그림으로 바꾸고, 연산을 덧셈·뺄셈·곱셈·나눗셈 4종으로, 난이도를 3단계로 정리해서 수학 몬스터라는 이름으로 출시했습니다.
만들면서 지킨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광고를 넣지 않는다 — 아이가 쓰는 화면에 광고가 끼어드는 순간 연습 도구로서는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 기본 연습은 무료로 열어둔다 — 덧셈·뺄셈 쉬움 난이도는 그냥 쓸 수 있고, 나머지 연산이 필요해지면 그때 잠금 해제하면 됩니다.
- Google Play: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fadongkwon.math_monsters
- 앱인토스: https://fadongkwon.com/toss/math-monsters/ — 휴대폰에서 열면 토스 앱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학습지 대 앱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적어두면, 이 이야기의 결론은 “학습지 대신 앱”이 아닙니다. 구몬으로 잘 크는 아이도 많고, 앱이어도 억지로 시키면 학습지와 똑같이 빚이 됩니다. 본질은 매일, 짧게, 아이가 제 발로 돌아오게 만드는 데 있고, 우리 집에서는 그 형태가 우연히 게임이었을 뿐입니다. 연산 연습을 짧게 나눠야 하는 이유는 초등 연산, 하루 10분이 30분보다 나은 이유에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첫째는 지금도 가끔 자기가 이 앱의 “원조 몬스터”였다는 걸 자랑합니다. 아이콘에서 자기 사진이 빠진 건 조금 아쉬워하지만요.
앱을 만들며 겪은 다른 이야기들은 직장인 1인 개발, 앱 8개를 출시하며 배운 것들에 있습니다. 소식은 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fadongkwon.soft)에서 전해드립니다.
